비수면 위내시경 - 지옥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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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수면 위내시경 - 지옥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

사랑의박대리 2020. 9. 30. 23:3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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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년 전에 썼던 비수면내시경 후기글을 찾아서...여기에도 올려본다.

 

 

 

내가 갔던 병원은 수면으로 진행하면 5만원 추가였다. 수면/비수면 어떤걸로 진행할거냐길래

' 에이~ 3분이면 끝나는데ㅋㅋㅋ 거진 분당 2만원? 3분 참고 5만원 버는게 개이덕이자너~ '

라고 생각하며

" 비수면이요! " 를 외쳤다.

 

그리고 나는 아직도 3년 전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음.

 

 

또 ,,

시작 전에 간호사쌤께서 비수면위내시경 진행 도중 치아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동의서를 쓰라길래

' 병원 특 :  오바함ㅋㅋ '

이라고 생각하며 싸인했는데

오바친건 나였단걸 깨달음. 저 동의서 받을만 함.

 

 

 


 

 

 

 

 

1시간정도 기다린 후에 병원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. 

목에 마취랍시고 뭔가를 칙칙 뿌려주는데 사실상 물 뿌린것과 진배없음. 

목구멍에 들어오는 구렁이의 느낌..다 느껴진다.

 

마취 한 후에는 재갈을 물려주는데, ( *개구기입니다 )

이 재갈때문에 치아가 나가리되는 사람이 있었겠구나 싶었다.

그정도로 꽉 물고 있었음.

 

물고나서 흐르는 침을 닦아보려 용쓰고 있었는데 의사쌤이 오셨다.

너무나도 친절한 얼굴로

" 힘드시면 오른팔 드세요^^ 바로 빼드릴게요 ^^ "

하시기에 나는 안심하고 고개 끄덕끄덕 했는데,

이때 나는 알아차려야 했다. 

" 바로 빼드릴게요 ^^ " 앞에 생략된 단어가 있었다는 것을....

 

 

입에 넣을 때에는 뭐. 어차피 음식물이 넘어가는 구간이니 참을만 했는데

중간쯤 들어갔을 때부터가 비수면 위내시경의 꽃이다.

꽃은 꽃인데 포르기네이 ( * 포르기네이는 전설 속 식인 꽃 )

 

엄청난 구역감, 뱃속에서 움직이는 아나콘다 ( 니키미나즈가 찾는 아나콘다가 이런것이었을까? 싶어짐 ),

입과 코 둘 다 막힌 비염환자의 숨막힘, 이물감 등등의 멀티콤보로 

나는 이미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눈물 콧물 침 등 액체란 액체는 다 쏟아내고 있었다.

뇌척수액까지 나온건 아니었을까?

 

 

더는 못참겠다! 위고 나발이고 내가 살아야 뭐 결과를 보든말든하지! 싶어서

오른팔을 삼일절 태극기마냥 펄럭거리고 있었는데

의사쌤이 다급한척 하지만 전혀 다급해보이지 않는 표정으로

"다 끝났어요! 좀만 더요! 진짜 다 끝났어요! " 외치시며 내시경을 넣다..뺐다..넣다..뺐다..

 

그때 느꼈다. 이사람들이 팔 들면 빼준다고 했던게

내시경이 아니라 내 멘탈이었구나. 

 

이분들은 내시경 뺄 생각이 없구나..라는걸 느낀 후에는

제발 끝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미떼에게 져서 굴로 끌려가는 지렁이처럼...

팔을 꿈틀대고 있었음.

 

 

내인생 최악의 3분이 지나고... 나는 온 얼굴에서 액체를 쏟으며 궤에에엑 하고 있었고

극한직업 간호사님께서 휴지를 계속 갈아주셨다.

이자리를 빌어 감사함과 죄송함을 표합니다..

 

 

구에에엑 하는 와중에도 ' 침대를 비워줘야 다음 사람들이 진찰을 받겠지! '

하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났는데 , 정신머리가 너무 없어서 가운끈 풀어진 것도 모르고 펼친채로 일어남.

간호사언니가 화들짝 놀라심서 환자분!!! 가운이요!!!! 하면서 쫌매주셨다.

이 날이 내 베이비들이 햇빛을 본 유일한 날 아니었을까..

 

이 자리를 빌어..다시한번 못볼거 보여드려 죄송하고... 감사합니다...

 

울려고 한건 아닌데 갑자기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고..

내시경 여파로 헛구역질까지 계속 나와서

우욱웨에엑 흐엉엉 궤에에엑 으엉엉 우에에엑 뿌애애애앵 

이러면서 나왔는데

 

내 뒷차례 사람들이 공포에 가득찬 시선으로 쳐다보는게 느껴졌다.

그리고 수근대는 소리..

야..비수면 저런가봐...x됐다...어머어머...

자와자와...

 

이 자리를 빌어 뒷차례 비수면 여러분들..공포감을 심어드려 죄송합니다..

 

 

뒤늦게 마취가 된 나는 입주변에 감각이 없어져 침이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

화장실에서 대충 정리하고 나왔는데 간호사쌤이 오셔서 물으셨다

"끝까지... 다 하셨나요?"

" 네... 우욱...궤엑... "

 

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. 조직검사 한 것도 없고 너무 깨끗하다고...

그래서 한번 더 눈물남. 아픈곳도 없는데 괜히 저걸 꽂았네 싶어서...

 

건강하니 다행이지 뭐..

 

(그리고 그 후 나는 술쟁이 인생으로 위를 조지게 된다)

 

 

그리고 지금 나는 수면내시경 홍보대사로 살고있다.

친구들이 내시경해야겠단 소리 하면 무조건 수면하라고 함.

 

 

님들도 비수면 후기 궁금해서 들어온거죠?

 

걍 수면하세요... 제발.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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